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26
고독한 단벌신사 : 제26화 구기동 광
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연재물로,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갑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주제
이자카야
장소
광 (光)
서울 종로구 진흥로 445
예약 및 운영
02-396-4286
18:00 - 00:00
크레딧
출연 원덕현
촬영 김슬기
제작 김소영
프롤로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오랜 단골집이 있습니다. 이곳은 몇 년 전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이전하여 재오픈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또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네요. 혼자 가도 부담 없고 둘이 가면 더 행복해지는 그런 곳입니다.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고독한 단벌신사 (이하, 고단신) : 안녕하세요, 광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광 신정용 셰프 (이하 신정용 셰프) : 안녕하세요, 즉흥적으로 시작해서 10년째 구기동 광을 운영하고 있는 신정용 셰프라고 합니다. 그간의 단골손님들과 의기투합하여 광이라는 단어로 가게 이름을 짓게 되었고 사랑방같은 느낌의 공간을 만들자 했습니다.

 

 

고단신 : 구기동이라, 상권이 없고 유동 인구도 없을 것 같은데 이 지역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신정용 셰프 : 여기는 항상 운전하면서 지나가던 길이였어요, 익숙해요. 막연히 가게를 해야겠다고 알아보던 중에 신호등이 걸리더라고요, 우연찮게 옆을 보니 언덕에 작은 집이 보였는데 느낌이 괜찮겠다 싶어서 바로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고 무작정 계약하고 시작을 하게 되었죠. (웃음)  그때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처음 오는 손님들도 왜 여기(구기동)에 하셨어요 라고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약간 즉흥적이라 ‘광’은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단신 : 저도 우연히 구기동을 지나가다가 발견하고 우연히 이끌려 왔었는데 그때도 손님들이 만석이였어요, 어떤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즐거워 보였고 그때 이곳의 매력을 알게되었어요. 저도 그 이후로 방문하게된 7년차 단골손님이네요. (웃음) 

 

신정용 셰프 : 여기는 저녁이 되면 불빛도 없고 파출소, 편의점도 문을 닫고 거리에 차만 다녀요. 저희 손님들끼리는 고담시티 라고도 부르죠. 근데 그 거리에 조그만 가게에 불이 켜져있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요. 나방이 불을 향해 모이는 것처럼… 그 중 한분이 대표님이시죠. 

 

고담시티 (gotham city) : 배트맨 시리즈에 나온 가상의 도시 이름으로 온갖 범죄가 가득하여 밤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고 몹시 어두운 콘셉트로 나오며, 뉴욕시의 별칭이기도 하다.

 

 

고단신 : 그쵸(웃음). 그럼 이전 ‘광’과 현재의 ‘광’이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신정용 셰프 : 사연이 있었어요. 그간 1-2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는데 ‘광’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그런 다음에 텐동집을 차렸고 다시 현재 ‘광’을 오픈을 했죠. 오픈한지는 3개월 채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마다 사연은 다 있겠지만 저는 이제 그만 상처를 받고 싶어요. 과거를 잊기 위해 각성하… 고독한 단벌신사 콩크 편에서 대표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많이 공감을 했어요. 

 

 

콩크 정주행 하러가기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전에는 성격도 내성적이라 처음 오는 손님에게도 차갑게 대했어요. 방어를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아마 구기동에서는 제가 싸가지없는 사람으로 소문났을 꺼예요.(웃음) 

 

그치만 지금은 많이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과거에 무덤덤해진 것도 있지만 나이가 든 만큼 무뎌지고 유해지려고 하죠. 저와 많이 친해지면 제가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곤 해요. 

 

 

 

 

고단신 : 저는 대표님이 그런 분이 아니 걸 알았어요. 그런 분 치고는 요리가 그렇게 정성일 수 없거든요. 방어를 하고 계시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시나요?

 

신정용 셰프 : 아침에 출근할 때 저만의 의식이 있어요. 약간 기도라고 할까, 혼자 그냥 하는거죠. 

 

오늘도 무사히, 별 탈 없이

 

그리고 이제 끝나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감사합니다.

 

되게 단순한데 중요한 거라 생각해요. 우여곡절이 있다보니 이 공간에서만큼은 무사히- 하고 싶어요. 내가 나가서 죽더라도 오늘 죽더라도 이 공간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죽고 싶은 마음 그런 것도 있죠. (웃음)

 

그냥 여기서는 온전히 그냥 무사히.

 

 

 

 

고단신 : 그럼 무사히 하시고 계시는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을까요? 

 

신정용 셰프 : 이 가게를 제가 혼자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죠, 대표님은 아시겠지만 제가 유리몸이에요. 가끔씩 되게 아플 때가 있는데 단골 손님들은 안타까워 하시죠. 일단 ‘광’을 못오시는 것도 있지만 제가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들 많이 하세요. 

 

제가 술집을 하는 이유가 술을 좋아해서도 있어요. 그래서 손님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같이 한 잔씩 마시고 거의 2년을 그렇게 보내고 3시간씩만 잤더니 어느날 제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어요. 그때 병원을 다니면서 ‘광’을 이어나가는 연속성이 끊어지면 안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는데 제가 서 있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할 거 였거든요. 그래서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해요. 

 

길 건너에 있는 헬스장도 끊어봤는데 아직 못 갔어요. 그게 3년이 지났어요. 와도 된다고는 하는데 못가겠어요. 또 바로 뒤에는 북한산이 있는데 산도 가야지 하고 가게 오픈하고 나서 7년만에 한번 갔었어요. (웃음)

 

가야지라는 생각은 해도 실천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영양제를 많이 먹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시장은 매일 가시나요? 

 

신정용 셰프 : 일단은 가게 재료를 사러 가야 되니까 마감하고 갑니다. 영업이 12시까지라 마감하면 2시간 정도 걸리고, 그때 노량진에 가면 물건이 깔릴 시간이라 사고, 일종의 하루 연장전 같은 느낌이죠. 

 

오늘 새벽에도 구매하고 쇼파에서 30분 자고 나왔습니다. 

 

 

 

 

 

고단신 : 너무 죄송스럽네요, 아침에 인터뷰를 하다보니.. 그럼 요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정용 셰프 : 요리는 일단 입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본이 중요하죠. 대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손님이 만족을 하려면 여러 가지가 충족이 돼야 되겠죠. 예를 들면 재료를 갖고 준비하는 제 마음인데 저는 단골 손님들이 계시니까 시장가면 그런 게 재미있어요. 

 

어떤 분은 뭐를 좋아하시고 어떤 분은 뭐를 좋아하시는지 성향을 아니까 시장에 가서 재료를 보면 손님들이 생각이 나요. 그러면 되게 약간 좀 약간 흥분되죠. (웃음)

 

근데 재밌는 건 절대 그 손님한테 오늘 시장에서 이 재료 샀다고 알리지 않아요. 근데 또 신기하게 그 손님이 그런 날 꼭 오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날은 되게 짜릿해요.

 

사실 하는 일은 매일매일 반복되고 같은데 그날그날의 에피소드가 매일 다르니까 재밌죠. 그런 게 ‘광’을 운영하는 이유 같아요. 손님들은 저를 보러 오시지만 저도 손님을 보러 여기 오는 거로 보거든요. 

 

그래서 재밌어요.

 

고단신 : 저도 되게 재밌다고 생각한 게 다른 이자카야를 가면 비슷한 손님들이 앉아있는데 여기 ‘광’은 달라요. 사람들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 다르고, 더 진짜 같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신정용 셰프 : 사람들도 다르고 직업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있죠. 혼자 오시는 분도 있고 세 분이 오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 신부님과 스님이 앉아계셨던 날도 있었고. 이 동네가 연예계나 예술하시는 분들이 많이 방문하세요. 

 

 

 

 

고단신 : 종교 대통합이라, 그럼 인상 깊었던 손님이나 상황이 있었나요? 

 

신정용 셰프 : 대표님을 포함해서 다 인상 깊죠. 대표님은 일단 맥주를 빨리, 많이 드시고요. 제가 바쁠 때는 눈치 보느라 맥주를 못 시키고, 재밌어요. 그래서 되게 감사하고요. (웃음)  

 

 

고단신 : 다 보시고 계셨군요. 

 

신정용 셰프 : 그럼요, 광을 닫고 텐동집을 운영할 땐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어요. 손님들이 무슨 짓이냐고 (웃음)

 

 

 

 

고단신 : 그때는 퇴근하고 가려고 해도 밥집이라 시간이 애매해서 갈 수 없는 곳이였는데 다시 ‘광’이 생긴다는 걸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신정용 셰프 : 현재 ‘광’ 공간을 만들 때도 저는 재밌게 하고 싶었어요, 오픈하기 3일 전까지 저희 부모님께도 말씀 안드렸고 낮에 공사할 때는 가게에 나오지도 않았어요. 들킬까봐. (웃음)

 

밤에 혼자 나와서 못질하고 그랬는데 손님들이 어떻게 아시더라구요. 손님들끼리 ‘광’ 단톡방이 있는데 어느 분이 공사하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셨었어요. 그 밑으로 광이네, 광이네 이런 글이 달렸었어요. 신기하게 다 아시더라고요, 

 

 

 

광을 네이버 지도에 치면 아직도 나오지 않는다.

 

 

제가 2년을 쉬었는지만 손님이 들어오셨을 때는 그 2년의 시간 차를 없애고 싶었어요. 며칠 전에 온 느낌을 주고 싶어서 벽지도 똑같은 색으로 하고 소품들은 과거 ‘광’에 있었던 포스터 한 장, 한 장 제가 뜯어서 보관하고 있었어서 다시 부착했죠. 

 

저는 이 가게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 ‘광’을 7년동안 운영하면서 붙어 있던 간판이 제가 딱 그만두고 나서 우연히 떨어졌어요. 한동안은 이 곳에 안왔었다가 비가 오는 날 갑자기 생각나서 왔는데 간판이 떨어져서 다 쪼개졌었어요. 젖은 채로 바닥에 널브러진 간판을 주어서 집 한켠에 말렸었죠. 제가 그만두니까 이 가게도 생명을 다했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을 쏟았어요. 간판으로서는 사용성을 다 했지만 저와 같이 수고한 친구라 보답하고 싶었죠. 그래서 조각들을 다시 이렇게 걸게 되었습니다.

 

단골 손님들은 옛날 생각난다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 2년간의 공백이 이 친구로 인해 없어진거죠.  

 

 

 

 

고단신 : 저도 여기 들어오는 순간에 어느새 생겼던 공백이 사라지며 딱 붙어 버리더라고요. 너무 좋았습니다. 의도하신 거라면 성공하신 것 같아요. 그럼 셰프님은 예전에는 어떤 사람인 것 같고 현재는 또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신정용 셰프 : 음… 예전 정말 어렸을 때 별명은 애늙은이였어요. 키도 작고 조그만 아이였는데 뒷짐 지고 다녔던 거죠. 제가 현재 가게에서 트는 음악은 어렸을 때 많이 듣던 걸 틀고 있어요. 저는 라디오 키즈라 24시간 라디오를 들었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내성적이고 대인기피증도 있었어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어요. 

 

밖에 안나가고 24시간 라디오에서 들었던 음악들로 선곡해서 틀고 지금은 사람들도 만나고 있네요, 성격이 많이 밝아졌죠. 예전에는 송곳까진 아니지만 음… 드라이버 같은 사람이였는데 지금은 둥글둥글 해졌달까.

 

 

고단신 : 드라이버 같은 이라면 맞는 사람한테는 잘 맞는다는?

 

신정용 셰프 : 아, 기가 막히죠. 대신에 약간의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처음 오신 분들은 정말 싸가지 없는 사람처럼 보이겠죠, 저를 몇 번 겪고 나서 저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거라 생각해요. 대신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터 가족같은 그런 사이가 되는거죠. 

 

지금도 성격을 바꾸려고 하는데 갑자기 바뀌면 또 아닌거 같아서… 이전에는 그냥 날카로운 동네 청년이였다면 지금은 아저씨? 동네 아저씨가 되고싶어요. 

 

별모양 드라이버와 나사

 

 

고단신 : 음.. 뭔가 굳이 비교를 하자면 별모양 드라이버인 것 같아요. 대중적인 십자나 일자 드라이버는 아니죠. 그리고 별모양의 나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없잖아요. 또 드라이버, 나사가 잘 맞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신정용 셰프 : 그러네요. 근데 어떻게 하면 되긴 되죠. 그 대신에 맞지 않으니까 상처가 나겠죠. 그리고 다시 못 풀겠지.  근데 이제 그 별이 조금 이제 해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고단신 : 그러면 어떤 나사도 맞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으신 건가요?

 

신정용 셰프 : 그렇진 않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그런 것 보다는 제 스스로가 둥글둥글해져야 하고 겉은 지금처럼 가야한다 생각해요. 

 

그 텐동집(밥집)을 했을 때랑 과거 ‘광’을 운영할 때도 손님들이 저한테 그러세요, 사장님이 웃으셨다고… 이러시길래 제가 그 정도인걸 알게 된거죠. 

 

이전 밥집을 했을 떄는 바로 앞에 예고가 있었서 학생들이 많이 와줬는데 그 친구들은 제가 전에 어떤 일을 했었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그냥 동네 밥집 삼촌이였죠. 그때 좀 유들유들 해진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삼촌 마인드로 학생인 친구들 보면 하나라도 더 주고 싶고 많이 먹이고 싶죠. 그때 많이 배웠어요. 짧은 시간이였고 당시의 저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도 마지막으로 운영하는 날에 갑자기 공지를 했어요. 마지막날인 걸 종이에 써서 문에 붙이고 나왔는데 손님 중에 가게 앞에다가 편지를 딱 붙여놓았더라고요. 저는 처음엔 미납한 게 있나, 관리비가 잘못 되었나 하고 갔는데 분노의 봉투가 붙어있었어요. (웃음)

 

빼곡한 글씨로 수험생 때 제 음식을 먹고 어떻게 했고 아프신 건 아닌지 등 이런 내용이 빼곡한 글씨로 적혀있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전 그 친구를 꼭 찾을 거예요, 찾고 싶고요. 그때 제가 또 몹쓸 짓을 했구나 하면서도 정말 좋다고 생각을 하면서 또 울었죠. 지금도 제 방에 잘 보이는 데 있어요. 

 

제가 다시 ‘광’ 여기서 하고 있는 걸 현수막으로 붙여볼까, 아니면 누구를 찾습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같은 현수막도 해볼까 등등 찾아볼까도 했어요. 그냥 한 끼 식사지만 그 친구한테는 되게 즐겁고 어떻게 보면 힐링일 수 있고, 낙일 수도 있는 건데 그 시간을 제가 뺏은 거잖아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마음이 되게 고맙고 미안했어요. 

 

그리고 이 가게, ‘광’을 열 때는 정말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할 수 있는 한까지. 

 

 

 

 

고단신 : 저희가 되려 찾고 싶네요. 예전 ‘광’은 약간 들어오지 마세요, 이런 느낌이 좀 있었달까, 들어오려면 용기를 내세요 같은. 근데 지금은 한번 들어와봐 주세요로 느껴져요. 외면의 인테리어 분위기도 열려 있는 느낌 이구요. 예전에는 송곳같다 하면 지금은 말씀하신 대로 좀 더 편안한 느낌? 그런게 있는 것 같네요. 

 

하이볼 한 잔만 부탁드립니다.

신정용 셰프 : 네, 새 걸로 드릴게요.

 

 

고단신 : 오시는 분들한테 ‘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 주신다면? 

 

신정용 셰프 : 일단 저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웃음) 오시면 아마 되게 어색하실 수도 있고 그렇다고 저희 집에 특별히 특별한 게 없지만 음.. 분위기가 특별하죠. 아마 마른 행주로 오셨다가 두 세번 오시다 보면 촉촉 해지고, 자연스럽게 즐기시다 가시면 됩니다.

 

 

고단신 : 처음 오시는 분들한테 그러면 약간 추천하는 메뉴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정용 셰프 : 저희는 메뉴가 매일 바뀝니다. 그날그날 장 보는 거에 따라서 다르고 제 기분에 따라 조금 달라지고요.

 

 

고단신 : 그럼 오늘 기분에 추천해주는 메뉴는?

 

 

 

 

신정용 셰프 : 음.. 오늘 아침에 일찍 오셨잖아요. 일단 스테미너 에로 낫또를 하나 드셔서 기력을 회복을 하시고 그다음에 … 지금 술을 많이 드셨네요. 오늘도. 그럴 땐 해장 라면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항상 드시는 두부&가지도 좋죠.

 

 

고단신 : 아… 해장라면 맛있죠. 두부&가지도 먹고 싶네요. 저도 메뉴 추천을 한다면 모듬 사시미를 일단 하나 시키시고 두부&가지 튀김 혹은 전복 고로케를 살짝 하나 즐기신 다음에, 그래도 배가 고프다하면 이제 해장라면으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신정용 셰프 : 이제 봄이니까 두릅이랑 장어를 같이 이렇게 튀긴 것도 있어요. 요즘에 두릅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계절에 맞는 제철 요리를 하려고 해요.

 

 

고단신 : 배고프네요.

신정용 셰프 : 사실 저도 얘기하면서 약간 꾸르르 거렸어요.

 

 

고단신 : (웃음) 하지만 오늘은 오전 인터뷰라 제가 술밖에 먹지 못하지만 다음에는 먹으러 또 오겠습니다. 그러면 ‘광’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신정용 셰프 : 광’의 최종 목표는 음… 되게 막연한 희망사항인데 제가 처음 이 가게를 시작했을 때가 서른 두 살이었는데 지금 제가 42살이 됐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손님들도 나이가 드시고 처음에 배 속에 있던 친구가 지금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같이 손도 잡고. 그때 초등학교 다니던 손도 잡고 있던 친구는 군대 간다고 인사하러 오고, 20대 대학생이였던 친구는 애 엄마가 되고. 그렇게 같이 좀 흘러가고 싶어요.

빨리 건물을 사고 싶습니다! 이런 답변을 해야하는데 (웃음)

 

 

고단신 : 이 인터뷰를 보시고 어떤 손님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신정용 셰프 : 대부분의 손님은 찾아오시는 손님은 아니었고 지나가다 우연히 오셨던 분들이예요. 저한테 발목을 잡히신 분들. (웃음) 물론 관심이 있으시고 저와 마음이 통하면 같이 이 작은 같이 위에서 스토리를 써갈 수 있죠, 편안하게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손님들은 대부분 쉬러 와요, 쉬러 왔어요 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회사 때문에 힘들어서 좀 쉬었다 갈게요라는 말을 하시면 제가 특별히 뭘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들어주고 그러죠. 

 

쉬러 편하게 오시면 좋겠습니다.

 

 

고단신 : 이 영상을 다 보시면(약 2시간)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신정용 셰프 : 영상 보고 왔어요 이러시진 않겠죠.

 

 

고단신 : 오실 분들은 그런 얘기를 잘 안 하실 분들일 것 같긴 해요. 만약에 진짜 저희가 고단신 26화를 공개해서 ‘광’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놓고 드러낼 것 같지는 않고요, 셰프님이 눈치를 채시면 좀 더 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가 이 인터뷰 콘텐츠들을 하는 자체가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절대 않아요, 그렇지만 저의 생각은 단골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수 있는 분들이 찾아오실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 ‘신정용 이라는 사람의 꿈은 무엇인가요?

 

신정용 셰프 : 사람으로서 사람으로… 그냥 저를 떠올렸을 때 그냥 궁금한 사람, 저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어가 아니라 저 사람은 뭐 하고 있을까, 뭐 하고 있겠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이렇게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늘 궁금하게끔. 제가 유리몸으로 맨날 아프니까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생사 확인을 해주는 거죠.

 

심지어 저는 명함을 10년 만에 만들었어요. 항상 명함도 없이 지냈었는데 명함을 드리면 어디 들어가서 버려지거나 잊혀지는게 싫었죠. 그냥 차라리 제 핸드폰 번호을 찍어드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명함이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큰 변화네요. 

 

 

 

 

고단신 : 다 여기 오시는 분들은 셰프님의 변화를 지켜보시고 계시는 분들일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만약 그게 개인적인 꿈이시라면 이미 꿈은 다 이루셨다고 생각이 들고요. 이제 잘 유지하는 게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네요.

신정용 셰프 : 막 섬찟할 때도 있어요. (웃음) 너무 많은 걸 알고들 계셔서.

 

 

고단신 : … 근데 맥주 한잔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스태프1 “대표님, 1시 미팅 가셔야 해요…(그만 드세요)”

 

신정용 셰프 : 1시까지 가야한다면서요, 

 

 

고단신 : 그 미팅은 제가 없어도 할 수 있는 분들이에요. 괜찮아요. 이미 저보다 더 뛰어난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웃음) 인터뷰는 거의 끝난 것 같아요. 재밌게 나왔고

 

신정용 셰프 : 아 그래요? (의심)

 

 

고단신 : 이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제 생각은 두 세명 정도는 ‘광’의 찐 단골이 될 것 같아요. 

 

 

맥주 3잔과 하이볼 3잔으로 고단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신정용 셰프 : 이 정도면 사고 아닌가요, 큰일 났네요.

 

스태프 1 “직원들한테는 좋죠. 대표님 기분 좋으시니까 모든 회의 컨펌은 오케이일거라고 말했어요.”

스태프 2 曰 “카메라 배터리도 없어요..”

 

맥주 리필 완료

 

 

고단신 : 5분 안에 끝냅시다! 저희가 한 6년 7년 이렇게 알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하는 거는 어떻게 보면 처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정용 셰프 : 6~7년 동안 나눈 대화보다 오늘이 기네요.

 

고단신 : 그럼 반대로 6-7년 동안 저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셰프님은 많은 걸 지켜보셨던 분이시기 때문에 (웃음)

신정용 셰프 : 똑같은 질문을 해볼까요. 인간으로서 꿈이 있으시다면? 

 

 

고단신 : 그냥 저는 후회하지 말자.

저는 그거 하나인 것 같아요. 제 결정에 모든 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사람. 주변의 얘기도 듣긴 하지만 그 얘기를 통해서 결정되는 게 아닌, 결론적으로는 제가 선택하는 길을 가는 것.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후회 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리고 결과가 좋으면 감사해하고 좋지 않으면 왜 안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근데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나이가 먹어서 어른이 아니라 그런 실수와 경험, 시간을 통해서 많이 겪고 그거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어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사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상 어렵기도 하고요,

 

신정용 셰프 :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

 

고단신 : 다들 다 처음이죠. 그래도 주어진 시간 안에서 잘 해내고 싶어요.

 

신정용 셰프 : 그러다가 힘들면 오시면 되는 겁니다. 앞으로 제가 대표님과의 인연의 끈이 얼마나 더 연장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기쁨의 눈물로 보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단신 : 네, 감사합니다.

 

 


2월 아침부터 맥주 4잔 + 하이볼 3잔을 완료하고 고단신은 기분 좋게 인터뷰를 무사히- 끝

 

 

에필로그
아침부터 빈속에 술을 마셔본 적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공감되는 사람과 대화하여 술을 마시니 어떠한 안주보다 속이 편안하고 술도 술술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시다 보니 어느새 7잔을 마셨더라고요. 염려와 달리 사무실에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열심히 잘 일하다가 퇴근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좋은 공간들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유네스코 같은 기관이 있어 보호해 준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쉽지 않겠죠. 무언가에 진심이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들이 잘 되는 그런 사회가 되길 다시 한번 소망해 봅니다. 다음 달 저희는 또 새로운 공간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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