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29
고독한 단벌신사 : 제29화 지심세연
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연재물로,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갑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작가
지심세연 G-sim Seyeon
@gsimseyeon
주제
찰나 A Split Moment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40길 19 B1 BHAK
크레딧
출연 지심세연, 원덕현
촬영 김슬기
제작 김소영
프롤로그
살면서 모르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있는데, 이번에 만나 작가님은 그중 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결과물을 보고 그 사람이 궁금하고 만나고 싶어진 것이 얼마 만인지! 순수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두 번째 만남을 기록한 것인데요. 아직은 어색함이 느껴지는 사이 속에 뭔가 모를 진지함을 느껴주세요.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 (이하, 고단신) :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찰나 A Split Moemnt 전시, 지심세연 작가 (이하, 지심세연 작가) :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심세연이라고 합니다. 

 

 

 

 

고단신 : 지심세연이라는 네이밍의 뜻은 무엇인가요?

 

지심세연 : 손가락 지 指에 마음 심’ 心이냐며 많이 여쭤보시는데 수호지에 나오는 지심’이라는 캐릭터가 고등학생 때 별명이었어요. 문신도 많고 머리 스타일도 비슷해서 캐릭터가 겹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먼저 부르기 시작해서 이제는 저의 네이밍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고단신 : 예전에는 타투이스트로 활동하셨는데 그림 그리는 작가로 업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지심세연 : 저는 원래 그림으로 시작했었어요. 그러다 어릴 때 뉴질랜드 마오리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오랫동안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만난 주변 사람들이  타투가 많고 장벽이 낮았죠.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타투를 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안 보이는 곳부터 작게 새겼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는 보시더니 호적을 판다고 하셨어요. (웃음) 전 그림을 그리고 타투를 하면서 살 거라고 말씀드렸고 머리에 문신을 했어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면서 제 삶도 결단력 있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고단신 : 이번 개인전은 몇 번째 인가요?

 

지심세연 : 인사동에서 몇 차례 전시하고 독일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개인전을 2번 했었습니다. 이제 3번째 개인전일 거예요. 

 

 

 

율전 23.5.23, 2023, Mixed Media, 130.3 x 162.2 cm

 

 

고단시 : 그럼, 이번 전시의 주제 찰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심세연 : 타이밍이 다른 찰나에 집중해 봤어요. 이 전시의 그림을 보는 찰나도 있고, 살다 보면 여러 찰나의 순간들이 있고요. 예를 들면 바위와 파도는 항상 같은 공간 안에서 부딪히는데 파도의 모양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고 바위는 부딪히는 순간에는 바뀌지 않지만, 천천히 깎이면서 바뀌고 있잖아요. 그 모습을,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다른 방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그리고 밀고 위에 또 그림을 그리는 레이어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그 시간 속에서 제가 느꼈던 찰나의 감정들이 폭발로 분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엄리 22.12.14, 2023, Mixed media, 227.3 x 181.8 cm

 

 

 

 

고단신 : 그림 그리실 때 손으로 그리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지심세연 : 처음에는 친구들이랑 단순하게 한번 경험한 거였고 지금은 머리에서 생각하고 붓을 물감에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제 감정과 생각들이 휘발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손으로 물감을 찍어서 바르면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할 수 있고 제 생각이 관객들에게 빠르게 전달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와 관객 사이에 한 단계를 줄이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제 감정과 표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오랫동안 손으로 그려왔기 때문에 편한 것도 있고요. (웃음)

 

그렇다고 붓이 안 좋다는 것은 아니에요. 첫 번째 개인전부터 계속 손으로 그려왔고 손에 빨리 잡히는 도구들로 작업을 하고 싶어서 그림을 밀 때는 박스도 씁니다. 제 성격이 급해서 그래요. (웃음)

 

 

 

 

고단신 : 그림에서 원초적인 것을 표현하시려는 게 보여요.

 

지심세연 : 그렇게 보였다면 너무 좋죠. 감사합니다.

 

 


라이브 페인팅 하는 지심세연 작가 © 이동예술관 

 

 

고단신 : 저는 작가님 그림도 물론 멋있지만, 사실 라이브 페인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되었어요. 이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퍼포먼스 그 이상으로 느껴졌는데 라이브 페인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심세연 : 오래전에 코리아번이라는 행사를 참여했었어요. 불을 돌리고 제작하고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태우는 버닝맨(Burning man)’ 의 한국 공식 행사였죠. 아무튼 그 공간에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페인팅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 차근차근 라이브 페인팅을 진행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단신 : 찰나라는 전시 작품을 보면 어떤 현상의 순간을 담으셨잖아요. 그러면 라이브 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리실 때는 머릿속에서 상상되는 모습을 그리시는지, 혹은 평상시에 찍은 사진을 그리시는 걸까요?

 

지심세연 : 사전에 먼저 무엇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그때 느꼈던 저의 감정을 스케치합니다.

 

바다 풍경의 경우는 이번에 제주도에 한 달 정도 가 있으면서 영감을 받았어요. 제주도에 거주하는 친구의 개를 맡게 되면서 바닷가 해변으로 계속 산책을 했죠. 처음에는 바다를 그리면 좋겠다, 재밌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원하는 파도를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더라고요.

 

오랫동안 기다리고 바다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서 하루 루틴이 되었고 제 마음도 가라앉고 생각도 정리되면서 좀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북촌리 22.12.07, 2023, Mixed Media, 130.3 x 130.3cm

북촌리 22.12.5, 2023, Mixed Media, 130.3 x 130.3cm

 

 

고단신 : 찰나를 기다리는.

지심세연 : 그렇죠. 어떻게 보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는 거죠. 그래서 그림의 제목도 특정 장소와 그 날짜로 정했습니다. 

 

 

고단신 :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심세연 : 음… 그림을 그리는 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자주 그려야 되는 것 같아요. 계속 보고 물감도 화폭도 자주 만져보면서 생활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업실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준비하고 작업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저는 집과 작업실이 가까워서 몸만 이동하면 바로 작업할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까운 걸 선호하기도 하고. (웃음)

 

 

고단신 : 29화 영상이 업로드될 때는 전시가 끝났을 텐데 다음 전시나  라이브 페인팅 등 추후 계획되어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지심세연 : 해외 전시도 계획을 하고 있고 아트페어가 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개인전은 언제 또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계획을 언제 하겠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어서 저희도 계속해서 찾아봐야 해요.

 

라이브 페인팅은 제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제가 라이브 페인팅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따로 연락을 주세요. 브랜드나 다른 행사, 공간에서 연락을 주시면 그림을 그리고 그 장소에 두고 오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북촌리 22.11.29, 2023, Mixed Media, 130.3 x 162.2cm

애월 18.12.8, 2023, Mixed Media, 130.3 x 162.2cm

 

 

고단신 : 라이브 페인팅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저희와도 같이 하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심세연 :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웃음)

 

 

고단신 : 작가로 명칭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페인터?

 

지심세연 : 저는 항상 어색해요. 작가님, 페인터, OO님 이런 호칭이 어색하기도 하고 대부분이 제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이름 불러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

 

 

 

 

고단신 : 그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심세연 : 이런 인터뷰를 할 때 겸손해 보이려고 저는 그림을 평생 그리고 꾸준히 그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 말을 계속해 왔었거든요. 근데 평생 못 그릴 수도 있잖아요.

 

어디 좋은 데서 전시하고 오프닝을 하는 것보다 평생 그리는 게 진짜 어려운 거더라고요.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없어지는 사람도 너무 많고 생각해 보니 꾸준하게 그림을 계속 그리는 사람들은 드물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면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힘이 있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게 최종 플랜입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너무 당연한 거고 쉬울 것 같지만 어려운 것 같아요.

 

 

 

 

고단신 : 공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이야기이긴 한데 같은 것을 꾸준하게 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심세연 개인적인 인생에 꿈은 무엇인가요?

 

지심세연 : 사람이 살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만남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헤어짐을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만남과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넘긴다면 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단신 : 되게 의외의 답변이어서 놀랬습니다. 사실 저도 굉장히 공감하는 말이거든요. 근데 쉽지 않잖아요.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다르죠. 노력을 더 많이 한다고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좀 더 의연해지는 게 목표에요.

 

삼각지역 쪽에 바도 운영하고 계시죠.

 

지심세연 : 네. kustash 라고 독일어 kunst(예술), 영어 stash(은닉하다) 의 합성어 입니다.  저희 갤러리 친구들, 디제이, 디자인하는 친구들과 저와 함께 아지트처럼 만든 공간입니다.

 

 

쿤스타시 공식계정

 

 

고단신 : 다음에는 거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콘텐츠와 상관없이 편하게 술도 마시면서 가볍거나 깊은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아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심세연 : 오실 때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에필로그
그림을 감상하며 작가님과 대화를 해보니 그 결과물이 매우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타투가 많은 겉모습을 찰나의 순간만 보면 거칠어 보이지만, 그것이 1초가 되고 1분이 되고 1시간 정도가 흐르면 그의 깊고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은 찰나일 수 있지만, 진면목을 보려면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겉만 보고 빠르게 판단하지 않고, 빠르지 않더라도 속을 보며 판단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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